文坦公 어머니 百日齋 제문(졸옹(拙翁) 최해(崔瀣) 代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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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현 작성일23-10-30 07:24 조회224회 댓글1건본문
모월 모일에 고자(孤子) 아무개는 돌아가신 어머니 고(故) 영가군대부인(永嘉郡大夫人)의 영령께 감히 고하나이다. 아, 사람이란 누구나 죽게 마련이니 이치상으로 볼 때 어찌 장생불사(長生不死)하는 이가 있겠습니까. 요절하는 사람이야 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다행히 오래 사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가운데는 간혹 질병에 걸려 병상에서 신음하면서 목숨을 끊고 싶어도 끊지 못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 어머님께서는 아흔다섯 해(95歲)를 사셨는데, 일평생을 논해보면 이들과는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10여 세에 우리 집안에 시집을 와서 22년 동안 나를 키웠고 50년 동안 부친과 함께 사셨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건대 선친께서는 공정(公正)하고 근검(勤儉)하신 분으로 하늘의 도움을 받아 75세까지 사시다가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이때 어머니의 연세가 또한 72세였습니다. 이로부터 나는 한편으로는 두렵고 한편으로는 기뻐하는 마음으로 어머니를 모셔왔으니, 그 아들이 74세가 되고 또 요행히 상상(上相)의 자리를 차지하고 정동행성(征東行省)의 권한을 손에 쥐어 더없는 부귀를 누릴 때까지 어머니께서 여전히 건강한 몸으로 사시다가 이번에 생을 마치게 되실 줄을 어찌 알았겠습니까.
아, 슬프도다. 이는 실로 어머니께서 일찍이 음덕(陰德)을 모았기 때문에 큰 복을 받아 오늘에 이른 것으로, 이른바 ‘죽음을 집으로 돌아가는 듯이 여긴다.〔視死如歸〕’는 말에 해당될 터이니, 어찌 마음속에 유감이 있겠습니까.
다만 나는 형제자매가 없는 홀몸으로 젊어서는 처가살이와 벼슬살이에 매달리고 만년에는 공명심에 빠져 집과 나라를 떠나 30여 년 동안 부질없이 높은 관직에만 의지해 살아왔으니, 이것은 부모의 뜻을 받드는 양지(養志)에는 해당되겠지만 철에 맞추어 어머님의 거처를 살피고 맛있는 음식을 올리는 일에 있어서는 실로 마음을 저버리고 만 것이니, 돌아가신 지금에 와서 말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어떤 사람이 나에게 와서, “삶과 죽음의 이치는 마치 조석(朝夕)의 변화와 같고, 백발의 나이에 부모상을 당하는 것은 세상에 흔치 않는 일이며, 죽음 때문에 삶을 해치지 말라고 하신 성현의 분명한 가르침도 있다.”는 말로 위로하기도 하였습니다. 아, 모자(母子)간의 정이 늙어갈수록 돈독해져서 노쇠했다고 해서 그만둘 수 없는 일임을 그 누가 알겠습니까.
이번에 돌아가신 지 백일째 되는 날을 맞아 용천사(龍泉寺)에서 재(齋)를 올려 복을 빌고 삼가 다과(茶果)와 시수(時羞)를 마련하여 경건한 마음으로 영연(靈筵)에 고합니다. 아, 슬프도다. 흠향하소서.
영혼사(迎魂辭)
물결은 휘감으며 동쪽으로 흘러가고 / 波沄沄而東注
햇빛은 어둑어둑 서쪽으로 저무는데 / 景翳翳以西沈
혼령이시여 어디에서 오셨나이까 / 魂歸來兮何所
눈물이 속눈썹을 타고 옷깃을 적십니다. / 淚承睫以霑襟
송혼사(送魂辭)
마치 만난 듯 한데도 보지를 못하여 / 若有遇而不睹
서글피 혼령의 소리나마 듣고 싶습니다. / 慨欲聞其無音
홀연히 문을 나서 망연자실 바라보지만 / 忽出門而自失
마침내 어디에서 찾아뵌단 말입니까 / 竟安究而安尋
댓글목록
분성산님의 댓글
분성산 | |
작성일 |
가슴이 아프네요살아생전에효하는게 싶지는않치요 너무자책하지마세요
영혼사 송혼사감동입니다